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초고속 광대역 보급률 등 인프라 지표에서 세계 1위다. 단순히 인터넷 속도 등을 두고 IT 강국이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수출 품목을 보아도 그렇다.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액정디바이스 등 IT 기술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2015년 상반기에도 주요 수출 품목에 들어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IT 산업의 전체 수출 비중은 30%에 이르고, 열 명 중 한 명은 IT로 생계를 꾸린다고 한다. IT 산업은 대한민국의 주요 먹거리 산업이다.
IT 강국의 배경에 특허도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우리 기업의 기술력은 특허로 보호 받고, 전기 분야를 포함한 IT 분야 특허 출원은 2013년 기준 전체 출원량의 약 40%에 달한다. G20의 대한민국이 지식재산 분야에서는 세계 탑 5위 안에 드는 IP5의 위상을 갖는 바탕에는 이런 우리 기업의 기술력과 산업이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외국 기업들도 IT 강국 대한민국의 특허를 취득하려 한다. 대한민국 특허 다출원 기업에 애플, 퀄컴 등의 기업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데 최근 출원 경향을 보면 특별한 추세가 눈에 띈다. 바로 중국의 약진이다. 10년 전인 2005년엔 IT 분야에서 다출원 국가 10위에도 들지 못했던 중국이 대한민국에서 출원량 급증세로 2014년 다출원 국가 3위로 발돋움하였다. 특히 최근 5년 평균 증가율은 99.4%로 매년 거의 두 배씩 출원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출원 증가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심각성은 더 뚜렷이 나타난다. 대표적 효자 수출 품목 액정디바이스에 대한 최근 5년 중국 기업의 우리나라 출원 증가율은 무려 122.2%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기업의 출원 증가는 13.2%에 불과하였다. 시장 포화 상태인 케이스 등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에서 우리 기업은 -1.4%로 출원 감소세가 뚜렷하나 중국은 128.1%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인다. 무선통신기기 역시 세부 부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중국은 최고 12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우리 기업은 답보 상태다. 즉,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공세 속에 어느덧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의 다출원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기술격차 덕분에 아직은 중국이 다출원 상위 5위국에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산업 전반에 대해 출원 급등세를 보이는 중국 기업의 특허 공세. 우리 안방에서 특허로 우리 IT 기업들을 위협할까 두려워진다. 성장률 정체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지금, 사물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IT 강국의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 총성 없는 전쟁 무기인 특허 출원으로 밀려오는 중국 기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비가 절실하다. 기술 혁신과 더불어 심사 유예, 방어 출원 등 다양한 철옹성 특허 전략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이상철 특허청 특허심사 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