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등록해 준 상표를 사용하다가 다른 상표권자로부터 등록무효심판 및 상표권사용금지청구소송에서 패소해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특허청(국가)에 묻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Kappa)'와 유사한 신발 브랜드인 '카파(KAPPA)' 전용사용권 계약자인 F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탈리아 브랜드 카파(Kappa)는 카디건·모자·와이셔츠·우산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록한 반면, 카파(KAPPA)의 지정상품은 신발로, 해당 상품이 달랐던 데다 상표등록 심사 당시 카파(Kappa)가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인식된 저명한 상표라고 볼 수 없었던 만큼 특허청 판단에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상표법상 무효심판제도는 등록된 상표가 사후적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상표를 등록한 특허청 판단과 상표 등록을 무효결정한 특허심판원의 판단이 달랐다고 해서 특허청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브랜드 '카파(Kappa)'의 판매회사인 B社는 1990년 8월부터 문자 카파(Kappa)와 그림이 결합된 상표들을 우산·파라솔·모자·와이셔츠 등을 지정상품으로 출원하여 등록했다.
그 이후, 골프화·농구화 등을 만들어온 SWC(변경 전·크로앤텍스)사가 같은 이름의 '카파(KAPPA)'를 상표를 출원하였고, 특허청은 상표명칭은 동일하지만 지정상품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을 인정하였다. F社는 SWC社의 등록상표 '카파(KAPPA)'에 대해 지정상품 독점계약을 맺고 제품을 수입 판매하게 되었다.
이후, B社는 SWC社의 등록상표에 대해 등록무효심판을 제기했고 2005년 9월 등록무효가 결정돼 상표등록이 말소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에 낸 동일상표 사용금지 청구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렇게 되자, SWC사와 지정상품 독점 사용계약을 맺었던 F사는 '특허청의 과실로 중복상표가 등록됐다가 결국 말소되면서 인수한 제품을 전량 폐기하는 등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8억35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